집의 중심에 방이 아닌 빈 마당을 두었습니다. 모든 실은 그 여백을 향해 열립니다.
대지는 산자락을 등지고 남향으로 완만하게 열려 있었습니다. 우리는 건물을 ㄷ자로 앉혀 중정을 감싸고, 이 빈 공간을 집의 심장으로 삼았습니다. 거실과 침실, 서재는 각기 다른 각도로 중정을 바라보며,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결을 실내로 들입니다.
외벽은 노출 콘크리트와 적삼목의 두 재료로 절제했습니다. 장식을 덜어낸 자리에는 그림자가 들어섭니다. 아침의 긴 그림자, 정오의 짧은 빛, 저녁의 붉은 잔광 — 벽은 계절과 시간을 기록하는 캔버스가 됩니다.
깊은 처마와 좁은 수직 개구부는 여름의 직사광을 차단하고 겨울의 낮은 해를 실내 깊숙이 끌어들입니다. 냉난방 부하를 줄이는 동시에, 사는 이가 빛의 이동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장치입니다.